맨몸운동
2020년 7월, 수영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다친 어깨의 재활과 재발 방지를 위해 근육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코로나로 홈트레이닝이 한창 유행인 것도 결심에 한 몫 했다.
내 철학은 “돈이나 시간 들여 노력하지 말자” 이다. 헬스장처럼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내 철학에 맞지 않는다. 추가비용 없이, 추가 시간 투자 없이 할 수 있는 근육운동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맨몸운동이 적당해 보였다. 맨몸 운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걷기와 계단오르기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 왔다. 여기에 추가로, 상체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팔굽혀펴기, 턱걸이, 라텍스 밴드를 하기로 했다.
걷기
나는 10년 넘게 걷기를 즐겨했다. 아이폰에 나이키 런닝앱을 설치하고 부터이다. (지금은 앱 이름이 “나이키 런 클럽”으로 바뀌었더라.) 이 앱은 달린 거리와 속도를 기록하고 지도상에 표시해 주는 앱이다. 원래는 달리기를 위한 앱인데, 나는 걷기에만 사용했다. 걷기를 시작할 때 앱을 실행시키면 내가 걸은 경로, 속도, 거리를 기록한다. 이 앱의 좋은 점은 총 거리를 누적하여 알려준다는 것이다. 누적 거리를 늘리는 재미에 꾸준히 사용하게 되었다.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오면 2km 정도가 쌓인다. 예전에 구성에 살 때는 회사에서 집까지 10km 정도를 걸어오기도 종종 했다. 최고 기록은 출장가서 15km를 걸은 것이다. 이 앱을 쓴 9년 동안 누적된 거리가 5,000km 정도 된다.
요즘의 신문 기사를 보면 걷기는 근육운동에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많이 걸어 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다리근육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걷기가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한해에 한두번은 반드시 감기, 몸살 등으로 앓아 누웠었다. 걷기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있기는 있는 것이다.
수영을 시작한 작년 봄 부터는 더 이상 걷기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수영이 걷기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을 한다고 해서 몸의 근육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런 면에서는 걷기나 수영이나 비슷하다.
계단오르기
나는 몇년째부터 계단오르기를 해 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계단 오르기나 스쿼트나 비슷한 동작이니까 스쿼트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대신에 계단 오르기의 횟수와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회사 사무실은 9층에 있다. 1층부터 9층까지 198 계단이다. 상업용 건물이라 층고가 높아서, 아파트로 치면 13층 높이이다. 이 높이를 출근할 때 한번, 점심 먹고나서 한번, 이렇게 하루에 두 번씩 오른다. 가끔 외출을 하는 경우에는 세번 네번도 오른다. 천천히 오르기도 하고, 빨리 오르기도 하고, 가끔씩은 뛰어서 오르기도 한다. 9층까지 오르면 숨이 차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 컨디션이 좋을때는 옥상까지 네개층을 더 오른다. 옥상까지 오르면 숨이 턱에 차오른다.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나올때도 계단을 이용한다. 기흥역은 특히 깊어서, 지하철 내리는 곳에서 지상까지는 200계단이 넘는다. 개찰구까지는 걸어서 오르고, 개찰구부터 지상까지 120계단은 뛰어서 오른다. 매탄권선역도 적당한 높이여서, 항상 뛰어서 오른다.
뛰어서 계단을 오를 때는, 처음에는 별로 힘이 들지 않다가, 70개 쯤 오르면 다리가 아파오고, 120개 쯤 오르면 숨이 차오른다. 120개를 오르는데는 45초 쯤 걸린다. 45초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시간으로, 내 세포에 있던 ATP가 다 소모된 시점이다. 그 다음부터는 유산소 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산소가 많이 필요해지고 그래서 숨이 찬 것이다.
근육을 움직일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ATP(Adenosine Triphosphate)이다. 세포 내부에는 항상 적은 양의 ATP가 저장되어 있으나, 저장되어 있는 ATP는 매우 짧은 시간(최대 1분 미만)동안 쓸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이보다 긴 시간동안 운동하기 위해서는 몸 속에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ATP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의 몸에서 ATP를 만들기 위해서는 섭취한 탄수화물, 지방을 우선 분해해야 한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분해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응급실에서 탈진한 사람에게 흡수한 즉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도당 수액을 놓는것이다. 포도당이 공급되면 세포는 새로운 ATP 생성을 위해 포도당을 분해한다. 이 분해 과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분해방식
* 사용처 : 속근 (순발력을 요구하는 단시간 고강도 운동)
* 원료 : 근육,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
* 분해시간 : 단기
* 에너지효율 : 낮음
* 분해 후 노폐물 : 젖산 등 (근육에 잔류하며 피로유발)
산소를 사용하는 분해방식
* 주요 사용처 : 지근 (지구력을 요구하는 장시간 저강도 운동)
* 원료 : 지방세포에 저장된 지방
* 분해시간 : 장기
* 에너지효율 : 높음
* 분해 후 노폐물 : 물, 이산화탄소 (호흡으로 배출)
출처: 나무위키 namu.wiki/w/%EB%AC%B4%EC%82%B0%EC%86%8C%20%EC%9A%B4%EB%8F%99
무산소 운동 - 나무위키
근육에 부하를 가한 상태에서 근섬유의 길이가 변화하는지의 여부로 구분한다. 근섬유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면 등장성(Isotonic) 운동, 관절이 고정되어 있고 근섬유 길이에 변화가 없다면 등
namu.wiki
예전에는 걸어서 오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숨차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올랐다. 요즘의 목표는 다리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오르거나, 뛰어서 오르는 등, 숨이 찰때까지 강도를 높였다. 강도를 높이니까, 계단오르기 실력(?)도 늘어났다. 점심 먹고나서 항상 같이 계단을 오르던 동료가 있는데, 작년까지는 나와 같은 속도로 올랐지만, 올해는 내가 한참 앞서 간다. 뛰어 올라도 숨이 덜찬다.
팔굽혀펴기
처음엔 팔에 힘이 없어서 탁자에 손을 얹고 했다. 점점 실력이 늘어 지금은 정자세로 한다. 자세를 바르게 잡으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손은 어깨넓이보다 약간 넓게 벌린다. 손가락은 똑바로 앞을 향한다. 어깨는 외회전을 주어야 다치지 않는다. 내려갈 때 숨을 들이쉬고 올라갈 때 내쉰다. 내려갈 때 팔꿈치는 밖으로 너무 벌어지지 않게 한다. 팔뚝힘 보다는 날개뼈를 짜듯 모으고 가슴을 벌리며 내려간다. 올라갈때도 어깨와 가슴을 써야 힘이 덜 든다. 내내 허리는 편 상태로 고정해야 한다. 유튜브를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몇 주 정도 했더니 손목이 시큰거렸다. 내 몸은 유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인데, 손목을 무리하게 꺾었던 모양이다. 수건을 말아서 손바닥에 대니 손목이 덜 꺾여서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턱걸이
턱걸이는 훌률한 맨몸운동이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한가지 맨몸운동만 하라고 한다면 턱걸이를 하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턱걸이는 기구가 필요하다. 안그래도 좁은 집에, 운동을 위해서 기구를 놓을 수는 없다. 그러니 이건 집안이 아니라 밖에서 할 수 밖에 없다.
동네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 공원이 있다. 어떤 공원에는 너무 작아서 나무만 몇그루 있을 뿐이지만,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운동기구 중에는 앉아서 하는 턱걸이 운동기구(풀웨이트)도 있다. 평소에는 관심없이 지나쳤던 곳인데 알고보니 내게 필요한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빈약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사람은 철봉에서 하는 턱걸이는 한개도 못한다. 그러나 풀웨이트는 쉬워서 몇십개도 할 수 있다.
집주변 공원이나 놀이터를 훓어서 풀웨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보았다. 출퇴근길 경로에서 총 세개의 풀웨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출퇴근 할 때마다 풀웨이트에 들려서 운동을 했다.
풀웨이트를 처음 한 날은 30개 정도 했다. 얼마나 몸에 근육이 없던지, 팔에 알이 배겨서 이틀 동안 아팠다. 알배긴 것이 풀린 다음부터 풀웨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턱걸이의 요령은 팔뚝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를 몸쪽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등근육을 사용할 수 있다. 풀웨이트도 요령은 똑같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철봉에서 진짜 턱걸이를 해 본다. 평소에 쉬운 운동기구로 연습을 하다가 진짜 철봉에서는 어떤지 시험해 보는 것이다. 워낙 기초근육이 없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철봉 턱걸이는 여전히 힘들다. 아직 한번도 제대로 못하지만 조금씩이나마 향상되는 것에 만족한다.
라텍스 밴드
회사 사무실에서는 라텍스 밴드로 운동을 한다. 팔을 펴고 밴드를 양손으로 잡아 당기는 간단한 동작이다. 자리에 앉아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는 가슴근육, 턱걸이는 등근육을 운동하는 것이고, 라텍스 밴드는 어깨근육을 운동하는데 좋다.
꾸준히 하는 방법
맨몸운동의 최대 장점은 별다른 도구 없이 간단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서 꾸준히 하기 힘들다. 헬스장을 끊는 식으로 돈을 들이면, 돈이 아까워 꾸준히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철학에 배치된다. 대신에 나는 운동과 습관을 엮는 방법으로 꾸준함을 실천했다.
습관과 엮는 것이란, 특정한 상황이 되면 반사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 상황은 운동을 하기에 적당한 상황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TV를 보다가 중간 광고가 나오면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이다. 중간 광고가 나오는 시간에는 특별히 할 것도 없고, 쓸데없는 광고나 보고 있느니 쓸모있는 것을 하니 좋고, 시간도 1분 정도로 팔굽혀펴기 하기에 딱 맞다.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 가면 슬리퍼를 욕실 바닥 타일의 금에 나란히 맞춘다. 쪼그려 앉아 손두덩을 슬리퍼 위에 올리고 손가락은 펴서 바닥에 붙인다. 다리를 하나씩 뒤로 빼서 엎드려뻗쳐 자세를 만든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가볍고 쉬운 행위로 시작해서 지겹고 힘든 행위까지 가는 것이다. 의식을 치르듯,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샤워하기 전마다 반복한다. 과정의 반복은 점점 머릿속에 새겨지고, 깊게 새겨지면 그것이 습관이 된다. 이제는 샤워 전에 팔굽혀펴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팔굽혀펴기를 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팔뚝과 가슴에 피가 몰려서 빵빵한 느낌이 든다. 그 상태에서 거울을 보면 뭔가 뿌듯하다. 한두시간 지나면 아까의 빵빵했던 근육이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 뿌듯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다시 팔굽혀펴기를 하게 된다. 이런 뿌듯함은 습관을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출퇴근 경로도 항상 풀웨이트 기구 앞을 지나도록 약간 바꾸었다. 기구 앞을 지날 때마다 5분씩 운동을 한다. 1분 하고 1분 쉬고 3세트. 이 습관은 장소와 엮은 습관이다. 장소와 엮인 습관은 깜빡 잊을 일이 없기 때문에 시간보다 강력하다. 이제는 기구 앞을 지날때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어색하다.
회사 업무를 하다보면 컴퓨터에게 일을 시켜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컴파일을 돌릴 때, 채널 스캔을 할 때,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기기를 공장초기화 할 때 등등. 여태까지 이런 자투리 시간에는 인터넷을 보았었다. 지금은 라텍스 밴드를 한다. 라텍스밴드를 키보드 옆에 놓아두니, 잊을 일이 없어서 좋다.
맨몸운동을 하고 나서 생긴 변화
맨몸운동을 시작한지 이제 4개월쯤 되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별도의 돈이나 시간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 공간, 상황과 엮어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놨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몸에 근육이 점점 늘어남에 따른 변화가 느껴졌다.
욕실에서 거울을 보면 변화가 눈에 보인다. 보디빌더 선수라도 된 마냥 포즈를 잡아보면 평생 모르고 지냈던 곳곳의 근육들이 존재를 드러낸다. 내 몸에도 삼두박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동그란 줄만 알고 있던 팔뚝에 각이 보인다.허벅지 근육도 늘어난 것 같고, 종아리에서 각이 만져진다. 힘준 근육을 손가락으로 찔러보면 저항감이 느껴진다.
평소에 움츠려있던 가슴과 어깨가 저절로 펴지고 덩달아 허리도 펴졌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남몰래 발을 살짝 띄워 본다. 그 전에는 경험해 본 적이 없던, 등근육이 수축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덩달아 마음도 뿌듯하고 즐거워진다.
근육량
지난 5월에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1년동안 수영을 하고 나서 받은 것이라 나름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근육량을 보니 아직도 형편없이 적다. 수영을 아무리 해 봐야 근육량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계단오르기를 한 덕분에 그나마 다리근육은 간신히 90%를 넘겼지만, 팔근육은 80% 초반이다. 평생을 키보드만 두드렸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팔굽혀펴기와 턱걸이를 8월부터 시작했으니, 내년에 건강검진 결과는 지금보다 더 잘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