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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폰으로 데이터 옮기기

lo9life 2021. 1. 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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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아이폰 미국 직구

 

새로 산 아이폰 SE2. 주문하고 17일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받았다. 

 

케이스와 내용물. 충전기와 유선이어폰은 없다. 한국 미국 동일하다. 스티커는 한 장 뿐이다. 짠돌이 애플

 

 

이제, 옛날 폰에 있던 데이터를 새 폰으로 옮겨야지.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보았었는데, iTunes나 iCloud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두 폰간에 직접 데이터를 옮기는 방식이 제일 쉬워 보였다. 일명 빠른 시작이라는 방법인데, 둘 다 전원에 연결하고 가까이 놓으면 알아서 인식하고 쭈주죽... 역시 애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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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작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새 iPhone, iPad 또는 iPod touch로 전송하기

iPhone, iPad 또는 iPod touch를 사용하여 새 iOS 기기를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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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연결

자, 새 폰을 전원에 연결하자. 어라, 근데 케이블이 이상하다. 끝이 USB-A 타입이 아니라 USB-C 타입이네.

 

동봉된 충전 케이블. 한쪽은 라이트닝, 또 한쪽은 USB-C 타입이다.

 

이걸 어디다 연결하지? 우리 집 충전기나 컴퓨터에는 USB-C 포트가 하나도 없다. 아, 씨, 시작부터 멘붕이다. 망할놈의 애플. 충전기 안 준다고 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유선이어폰 안 준다고 했을 때도, '난 뭐 차이팟 있으니까'하고 애써 쿨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케이블을 이렇게 바꿔 버리면 나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아이폰 SE2가 처음 나왔을 때는 충전기와 유선이어폰을 같이 줬다. 케이블도 USB-A 타입이었다. 그런데, 아이폰 12가 나오면서부터 아이폰 SE2의 충전기와 유선이어폰이 빠졌다. 케이블도 USB-C 타입으로 바뀌었다. USB-C 타입의 케이블은 PD 충전이라는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PD 충전은 원래 양쪽 다 USB-C 타입인데, 애플은 독자적으로 USB-C와 라이트닝 타입을 사용한다.

 

데이터를 옮기려면 두 폰 모두 전원에 연결해야 한다. 그런데, 동봉된 케이블을 연결할 데가 없어서 이제 아무것도 못하게 생겼다. 망한건가? 내일 회사에 가서 해야 하나? 17일을 기다려서 받은 건데,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다니 화가 나고 한심하다. 그러다 문득 차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짝퉁 케이블이 생각났다. 부리나케 차를 뒤져 케이블을 찾아냈다. 옛날 폰에 연결하니, 충전이 되기 시작한다. 오... 다행... 

 

중국산 짝퉁 라이트닝 케이블 중에는 아이폰 충전을 못시키는 것이 많다. 어떤 녀석들은 데이터는 되는데 충전은 안되고, 어떤 녀석을은 충전은 되는데 데이터는 안된다. 참으로 입맛 까다로운 애플이다.

 

데이터 전송 

두 폰에 모두 전원을 연결하고 가까이 가져가니, 들은대로 데이터 빠른 시작 화면이 나타난다. 기특한 애플.

 

빠른 시작 화면

 

새 폰에는 파란색 점으로 된 원이 나온다. 옛날 폰에는 위 그림처럼 설정하라는 화면이 나온다. '계속'을 누르면, 오른쪽 화면처럼 카메라가 작동되고 동그란 원이 나온다. 옛날 폰의 카메라로 새 폰의 원을 비추어 맞추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시작된다.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iPhone에서 전송"이 두 폰간에 직접 데이터가 전송되는 옵션이다.

 

 

데이터를 두 기기간에 직접 옮기려면 "iPhone에서 전송"을 선택한다.

 

 

나는 iCloud를 쓰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iPhone에서 전송"을 선택했다. 암호를 입력하고, 지문을 인식시키고, 약관에 동의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다. 다음으로, 시리 설정. 그리고, 새 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업데이트는 좀 오래 걸린다.

 

 

새 폰을 설정하는 동안, 옛날 폰에는 이런 화면이 나온다

 

 

그 사이, 옛날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녀석, 분위기 파악 못하고 어디서 알람질이야. 조만간 잊혀질 운명을 알고 있는 것이냐. 마지막으로 한 번 소리 질러 보는 것이냐. 그래, 짜식. 생각해 보니, 그동안 정도 좀 들었다. 그렇다고 이러면 안되지. 울지 마라. 알람을 껐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전원을 끄면 서랍속으로 사라질 녀석이다. 

 

매일 밤 10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새 폰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런데, 도통 끝날 생각을 안한다. 다운로드는 진작에 끝났다. 그런데, 다음 단계로 안넘어간다. 한시간째 해바라기만 돌고 있다. 이건 좀 너무 이상한데. 옛날 폰의 알람 때문일까? 헐. 마지막 앙탈인줄 알았더니, 저주였던 것인가?

 

결국 홈버튼을 눌러서 설정을 취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동그란 원 맞추고, 암호 입력하고, 약관 동의하고, 시리야 설정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번엔 10여분 만에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 아까 잘 안되었던 것은 옛날 폰의 알람때문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데이터가 옮겨지기 시작한다. 내 옛날 폰은 128GB 짜리다. 사진, 음악, 앱 데이터가 대충 60GB가 넘는다. 아이폰은 데이터를 옮기는데 50분쯤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를 알게되니, 조바심이 덜했다. 실제로도 대충 그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예상한대로 일이 돌아가니 믿음이 갔다. 

 

 

드디어 전송 완료

 

 

앱 설치

다음은 새 폰에 앱을 설치하는 단계. 애플에서 만든 앱은 이미 설치가 다 되어 있다. 다른 앱들은 앱스토어에서 최신 앱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앱스토어에 로그인을 해야한다. 그래서 애플 암호를 입력하라고 나온다. 그런데, 암호를 아무리 입력해도 틀렸다고 나온다. 아, 씨, 또 뭐지??? 혹시나 해서 심가드를 새 폰으로 옮겼다. 이것 저것 눌러보니, 또 암호를 입력하란다. 이번엔 암호가 제대로 인식 되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넘어간 것 같다. 

 

 

애플 앱은 이미 설치가 되어 있다. 다른 앱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다.

 

 

암호는 제대로 인식 되었지만, 여전히 앱은 위 그림과 같이 "로드 중..."이라고만 나오고 설치가 되지 않았다. 아, 씨... 망할놈의 애플.그래서 이것 저것 온갖 것을 다 해봤다.

  • 껐다가 켜 봐도 안돼.
  • 설정에 들어가서 애플아이디 로그인 다시 해도 안돼.
  • 미디어 및 구입 항목에 가서 한국 앱스토어 아이디로 로그인해도 안돼.
  • 미국 앱스토어 아이디로 로그인해도 안돼.
  • 앱스토어 앱을 띄워서 수동으로 받으려 해도 안돼.

신기한 것은, 설정 앱의 맨 위에 계정을 누르고, 미디어 및 구입 항목으로 들어가서 계정 보기를 눌렀더니, 사파리가 열리면서 국가를 선택하라고 나왔다. 이것들이, 내 아이디가 한국인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텐데 왜 또 물어볼까? 당연히 한국을 선택했지.

 

그러고 나서 다시 이것 저것 삽질을 하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앱들이 다운로드 되기 시작한다. 한시간을 꼼짝 않던 설치가, 십여분 만에 다 끝났다. 미국에서 직구한 아이폰이기 때문이었을까? 내 아이디가 여럿이기 때문이었을까? 뭣때문에 안되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수구가 뚫린 것처럼 그 다음은 막힘 없이 진행되었다. 

 

나는 2008년 아이팟터치 시절부터 애플 제품을 썼다. 애플에서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me 등 여러 서비스가 나오면서 그 때마다 그에 맞는 아이디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애플 아이디, 아이클라우드 아이디, 한국 앱스토어 아이디, 미국 앱스토어 아이디 이렇게 네 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앱스토어에서는 앱스토어 아이디를 썼었는데, 이번에는 애플 아이디를 물어본다. 애플에서 복잡한 아이디 체계를 통합하는 걸까? 그냥 내 추측이다.

 

앱 설정

드디어 앱 설치 끝. 일단 설치가 다 끝나니 Control-C Control-V 한 듯 요술처럼 모든게 옮겨졌다. 사진, 음악, 연락처는 당연히 옮겨졌다. 인터넷 쿠키도 그대로 옮겨진 것 같다. 사파리에서 네이버를 들어가니, 다시 로그인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거리두기용 QR 코드도 그냥 동작한다. 오. 멋진 애플.

 

구글 앱은 로그인을 다시 해야 했다. 구글앱끼리는 로그인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다른 구글 앱에서 또 로그인할 필요는 없다. 카톡, 경기지역화폐, 아마존, 몰테일, 쿠팡 등 앱은 별도의 재로그인 절차 없이 그냥 잘 실행 되었다. 카드사 앱도 다시 로그인할 필요가 없었다. 텔레그램이나, 은행, 증권사 앱 등은 일부 재설정이 필요했다. 지문을 다시 입력하거나, 로그인 암호를 다시 입력하거나 등이다. SC 제일은행 앱은 인증서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모바일증권나무 앱은 로그인 암호가 틀렸다며 안되었다. 결국 5번 실패 후 재등록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세 번이나 입력해야 했다.

 

한가지 정말 아쉬운 것이 있었는데, 패밀리맵 이라는 앱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패밀리맵은 아이폰 초창기때부터 있던 앱이다. 친척들의 이름, 생년월일, 돌아가신 날 등을 입력할 수 있고, 관계를 트리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음력 달력을 지원하여 제사, 생일 등 기념일을 쉽게 알 수 있는, 내 완소 앱이었다. 그런데, 이 앱이 언제부터인가 앱스토어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새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안녕, 완소 앱... 그동안 고마웠다. 너의 대체재를 찾아보려 했는데, 아직도 못찾고 있다. 네가 다시 부활하면 좋겠다. 그 때는 1000원 내고 사 줄께. 부활하면 음력 기념일에 알림 좀 주라. 깜빡 잊고 넘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는 앱스토어에서 사라진 앱인 패밀리맵. 왼쪽에 구름 표시는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에 실패했으므로 다시 시도하라는 뜻이다. 다시 시도해 봐야 또 실패한다.

 

다음 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기 직전. 아차, 이어폰 페어링을 안시켰구나. 차이팟인데, 잘 될까? 안되면 완전 낭패인데. 걱정하며 차이팟 뚜껑을 열고 새 아이폰 가까이 가져가니, 다행히도 한번에 페어링에 성공했다. 이 차이팟, 제법이네. 제대로 베꼈나보다. 마음에 든다. 

 

출근 길에 KT에서 문자가 왔다. 자급단말은 통화/MMS/데이터 서비스의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말도 안되는 경고성 문자를 보내다니. 자기들 대리점을 통해서 사지 않은 것이 분한 건가? 옹졸하기 그지 없다.

 

 

이런 경고성 문자를 보내다니. 너네 통해서 사지 않아서 약올랐냐?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옮기기를 끝냈다. 그동안, 애플까가 되었다가, 애플빠가 되었다가, 화났다가, 당황했다가, 감동했다가, 감정 기복이 극과 극으로 오락가락 했다.

새 아이폰을 쓴 첫 날에는 배터리가 왜 이렇게 빨리 닳나 했는데, 둘째 날 부터는 오래 갔다. 옛날 폰보다 빨라지고 지문 인식도 빠릿 빠릿 해졌다. 그 외에는 별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데이터가 너무 똑같이 옮겨져서일까? 심지어 외관, 크기, 색깔, 용량까지도 옛날 폰과 거의 같다. 새 폰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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