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2차 중도금도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다

lo9life 2021. 1.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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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중도금을 세 번 내야 한다.

 

중도금 2차 2월 1일 20%
중도금 3차 7월 1일 10%
중도금 4차 10월 1일 10%


1차 중도금을 낸지 3개월이 지나 2차 중도금을 낼 때가 왔다. 이번에도 지난 번과 똑같이 등기로 2차 중도금 납부 안내와 함께 시행사에서 알선하는 대출 안내가 왔다. 시행사에서 알선하는 대출은 수협에서 받는 것으로, 분양대금의 40%까지 고정금리 4.3%로 받는 것이었다. 

이번에 내야 할 금액은 20%. 5개월 뒤에는 10%, 8개월 뒤에 다시 10%. 올해만 총 40%의 금액이 필요하다. 시행사가 알선하는 대출을 받을까,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까 둘 사이에 고민을 했었다. 시행사 대출은 금액은 깔끔하지만 금리가 높다. 아파트 담보대출은 금리는 낮지만 금액이 얼마 안된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한동안 고민하다가, 시행사 대출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유는 금리가 높아서. 3차, 4차 중도금은 다른 방안이 있겠지.

 

작년에 1차 중도금을 내기 위해 담보 대출을 한 번 받았었다. 그 때는 내 아파트로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억 3800이었다. 한 해 1억원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그 중에서 8000을 받았었다. 년도가 지나서 올해는 5800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차 중도금을 내고 나서 부가세 500을 환급받았었다. 총 필요한 금액은 7500. 모자라는 1700은 신용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1차 중도금의 부가세 환급액 500

+ 아파트 담보 대출 5800

+ 신용대출 1700

= 2차 중도금 8000


작년에 대출 받을 때는 은행에 세 번을 방문했었다. 삼고초려 한 셈이다. 그 때 얻은 교훈은, 미리 서류를 준비해 가면 한 번만 방문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해야지. 다행히 필요한 서류는 모두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떼어야 하는 서류는 미리 떼어 놓았다.

 

주택담보대출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
* 신분증 (주민등록증, 자동차운전면허증, 여권 등)
* 등기권리증
*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포함) 또는 본인서명사실확인서 (최근 3개월 이내 발급분)
* 주민등록등본, 전입세대 열람내역 (동거인포함)
* 주민등록초본 (주소 변경 이력 필요)
* 가족관계증명서 (일반), 자녀기준 각각 기본증명서 (주민번호 전부 표시)
* 소득 증빙 자료 (직장인은 재직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월요일 아침.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눈 속을 뚫고 20분을 걸어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떼었다. 다시 눈 속을 뚫고 20분을 걸어 은행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라? 은행 문이 닫혀있다. 헐. 이게 뭐지? 표지판을 보니 코로나 때문에 은행 내에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단다. 그래서 사람이 많아지면 부득이하게 은행 밖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데, 날씨가 추우므로 실내에 있는 비상용 문을 출입문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 이해가 가는 조치다. 그래도 놀랬잖아.

 

비상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궂은 날씨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상문 앞에서 한동안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입장. 번호표 뽑고 또 대기. 내 차례가 되어 창구에 앉았다.

 

은행 직원에게 말했다. “7500만원이 필요한데, 아파트담보대출로 최대한 땡기고 나머지는 신용대출로 해 주세요.” 은행 직원이 컴퓨터를 두드려 보더니 말한다. “담보 대출 1억원까지 가능하십니다, 고객님.” 오옷. 뭐지? 5800까지 가능한 줄 알았는데 1억원이라니. 이게 웬 떡이냐.

 

작년에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래서 아파트 평가 금액도 같이 올랐다고 한다. 아마도, 국민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위한 아파트 평가 금액은 1년에 한 번 바뀌는 것 같다.


작년에는 총 대출 상한액이 1억 3800이었는데 올해는 1억 8000이라고 한다.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예상 외로 크게 뛰었다. 잘만 하면 3차 중도금까지도 신용대출 없이 되겠는걸? 바로 고쳐 말했다. “그럼, 1억원을 대출해 주세요.”

 

대출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게 했다. 금리 할인도 이전과 동일하다. 그런데 최종 금리가 3.03%이다. 지난 번엔 2.65%였는데. 그 사이에 기준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한다. 지난번처럼 대출 실행일에 금리가 조금 더 오를지도 모른다.

 

작년에 신문기사에 신용 대출 금리가 담보 대출보다도 낮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직원에게 요즘의 신용 대출 금리는 어떠냐고 슬쩍 물어 보았다. 삼성 직원 같은 경우는 낮을 때는 1%대 후반까지도 나왔었는데, 요즘은 조금 올라갔다고 했다. “어, 그렇다면 나는요?” “고객님은 담보 대출이 더 유리하십니다.” 아, 그렇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삼성 사람들은 좋겠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 폭풍 문서 작업. 여기 저기 체크하고 사인하고 날짜 쓰고 주소 쓰고 등등… 30분이 정신없이 지났다. 마지막에 직원이 주민등록초본에 주소 변경 이력이 없다고 다시 떼어 오란다. 2층에 있는 무인민원서류발급기에 가면 된단다. 난 이상하게 무인발급기에서 지문인식이 안된다. 이번에도 10번을 넘게 시도한 끝에 겨우 성공했다. 소득이라면 지문 인식이 잘 되는 손가락의 각도를 찾은 것이라고나 할까. 겨우 서류를 떼서 직원에게 가져다 주었다. 이로써 대출신청은 끝났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얼마나 있는지 조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세대원 전원의 조회 동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미성년자라서 내가 대신 동의를 했고 와이프는 직접 은행에 와서 동의한다고 사인을 해야 한다. 와이프는 목요일에 사인하러 은행에 갔다가 신분증을 잘못 가지고 가서, 다음날 또 방문해서야 사인을 했다.

 

며칠 후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담보등기 전자서명을 위해서 문자를 보냈으니 확인 후 전자서명을 하란다.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보니 문자가 아직 안와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온다. 은행앱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전자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대출이 없다고 나온다. 아까 걸려온 전화번호는 031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아마 국민은행 권선동 지점의 전화번호겠지. 그리로 전화를 했다. ARS가 받네. 난 대출 직원이 받을 줄 알았는데. 기계가 안내하는 대로 번호를 몇 개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니 사람이 받는다. 물어보니 권선동 지점이 맞댄다. 요새는 은행 지점도 콜센터를 운영하는구나. 자초지종을 말한 후, 대출 담당 직원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이름은 모르겠고, 1번 창구 직원이라고 했는데 콜센터 직원이 잘 알아 들었다. 알아보더니 1번 창구 직원이 지금 자리에 없고 하여, 나중에 전화를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쯤 후에 전자서명을 안내하는 문자가 왔다. 은행앱에 들어가 보니 전자서명을 기다리는 대출이 리스트에 떴다.

작년에 대출을 받을 때는 전자 서명 때문에 암걸리는 줄 알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폰에서 시도한 것은 또 실패. PC에서 시도하려고 인증서를 재발급받고,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암호 넣고, 뭐 깔고, 뭐 하고. 컴퓨터를 두 번 재부팅 하고, 설치하라는 거 다 하고, 결국 나오는 메시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해야 된다네. 이런 정신 나간 사이트 같으니라구. 아쉬운 것은 나니까, 묵혀놨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시켜서 겨우 성공했다. 이녀석이랑 씨름 하느라 한 시간을 써야 했다.

화요일 아침. 출근길에 은행에서 또 전화가 왔다. 지난 주에 신청할 때 서류를 하나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에서는 가급적 빨리 방문해 주기를 원했으나, 직장과 은행이 너무 멀어서 오늘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침 내일은 안과에 가려고 휴가를 낸 상태였다. 은행에 내일 아침에 방문하겠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다행이다.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휴가 날짜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잡았다. 그러고보니, 결과적으로 이번 대출도 은행에 여러번 방문하는 셈이 되었다. 이번엔 은행 측 과실이긴 하지만.

수요일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은행에 도착하니 9시 10분.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9시 반에 문을 연다네. 이런, 젠장. 시간이 난 김에 본가 처가 동생네 집에 안부 전화를 돌렸다. 은행 덕에 안부를 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문 열자 마자 은행에 들어가니, 서류 세 장에 동의함에 체크하고 사인하고 끝.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려고 휴가까지 써야 했다. 어차피 낸 휴가였지만.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은행은 아직도 아날로그란 말인가. 액수가 큰 대출이라서 절차가 복잡해야 하는 것인가? 대출을 두 번이나 받았고, 그 과정에서 수십장의 문서에 동의하고 사인했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뭐에 동의했고 뭐에 사인했는지 잘 모른다. 어차피 모를 꺼, 그냥 사인 한 방으로 끝낼 수는 없었나? 힘없고 아쉬운 것은 나이니, 하찮은 일에 시간을 썼다는 생각에 분해도 그저 투덜대기나 할 뿐이다. 

생각해 보니, 지난 주 월요일에 은행에 방문해서 대출 신청을 했고, 부동산 조회에 동의하러 와이프가 목요일에 갔다가, 신분증을 잘못 가지고 가서 금요일에 또 갔었고, 오늘은 내가 은행에 갔으니, 도합 네 번을 간 것이다. 원래 목표는 은행에 한번만 방문하고 끝내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글렀다. 대출의 길은 이렇듯 삼고초려 사고초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 또 대출을 받을 일이 있으려나?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또 있게 되면 그 때는 반드시 한번에 성공하리라. 먼 미래에 대한 장기 플랜을 세우니까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금요일, 예정된 날에 대출이 실행되어 입금되었다. 지난번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대출금리가 예상보다 낮아졌다. 상담때는 3.03%이었는데, 심사 후에 2.97%로 낮아졌다. 이번엔 더 좋아졌네. 사고초려를 용서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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