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사두면 언젠가는 물가 이상으로 오르는 물건이라 사놓고 묵혀두기 좋다. 내 성격에 딱이지.
KRX 금시장
2020년 8월. 코로나의 영향인가, 달러 약세 때문인가. 금 값이 엄청 올랐다. 작년에 금을 산 사람은 돈 깨나 벌었겠다고 막연히 부러워하다가 나도 금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금은 KRX 금시장에서 사는게 제일 싸다.

KRX 금시장이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설립(‘14.3.24)하여 운영하고 있는 금 현물시장이다. KRX 금시장에서 금을 사면 금실물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증권처럼 돈과 숫자만 오고 간다. 실물 금은 어딘가에 보관되어있고, 금 실물의 소유권만 사고 파는 것이다. 그래서 분실 도난의 염려가 없다. 주식처럼 매가와 호가가 맞으면 거래가 성사되는 식이니 바가지쓸 일도 없다. 게다가 매매차액 비과세, 부가가치세 면세, 법인세나 소득세 감면(사업자) 등의 절세도 가능. 금괴처럼 큰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1g 단위 소액으로도 살 수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하는 순도 99.9%짜리 금으로 1kg, 100g 단위(투자 전에 선택)의 금 실물을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 100g은 약 26.6돈이고, 1kg은 약 266돈 이다. 인출할 때는 10%의 부가세와 인출 수수료를 내야 한다.
나한테 금 실물은 필요 없다. 금괴 쓰다듬으며 뿌듯해 할 것도 아니고, 실물 있어봐야 도둑맞을까 불안하기만 할 것 같다. 한국금거래소, 골드뱅크, 금반지, 다 필요 없다. 내 성격엔 KRX 금시장이 딱이다.
검색을 해 보니 증권사에서 금거래계좌를 만들면 KRX 금시장에서 금을 살 수 있단다. ‘그래, 일단 금계좌부터 만들자. 그런데, 아무 증권사에서 만들어도 똑같나?’ 알아보니 증권사마다 수수료가 조금씩 달랐다. 매매 수수료가 싼 순서로는 아래 네 곳이다. 매매 수수료가 싼 곳이 장땡이다. 나머지는 더 알아볼 필요도 없다. 미래에셋에 금계좌를 만들자.
증권사 | 매매 수수료 | 보관 수수료 |
미래에셋 | 0.165% | 0.00022% (하루) |
NH투자증권 | 0.22% | - |
유안타증권 | 0.22% | - |
한국투자증권 | 0.25% | - |
증권사별 금매매 수수료 비교
미래에셋에서 금을 1,000,000원어치 사면, 수수료로 1,650원이 빠진다. 보관료는 1년에 800원이 빠진다.
NH투자증권에서 금을 1,000,000원어치 사면, 수수료로 2,200원이 빠진다. 보관료는 없다.
미래에셋에 금계좌를 만들다
마침 여름 휴가기간이었으므로 당장 제일 가까운 지점인 미래에셋 인계동지점을 찾아갔다. 창구에서 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나는 이미 미래에셋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엥? 진짜? 15년쯤 전에 만들어진 CMA 계좌라네. 전화번호가 018로 등록되어 있었다. 반갑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변경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수정 등록하고, 금계좌를 만들었더니 계좌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준다. 아마 계좌에서 돈 인출할 때 쓰는건가보다. 요새 주식이 핫하니, 온김에 주식계좌도 하나 만들자. 창구 직원에게 말했더니, 스마트폰으로 만들면 거래수수료가 더 싸니 스마트폰으로 만들라고 했다.
카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으로 주식계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나...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한참을 씨름 하다가 포기. 주식은 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걸로... 주식계좌를 포기하면서 금계좌도 머릿속에서 같이 지워졌다. 머리 참 단순하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금시세가 20% 빠지다
2020년 12월. 신문기사를 보니 요새 금값이 고점대비 20%가 빠졌단다. 헐. 20%면 엄청 빠진거 아닌가? 이참에 금이나 좀 사 둘까?


여기서 잠깐, 그래프를 봅시다. 우리나라 금값과 뉴욕의 금값은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인다. 둘 다 8월에 고점을 쳤다. 12월 현재, 뉴욕의 금값은 10%도 안빠졌는데, 우리나라 금값은 20% 정도가 빠졌다. 왜 더 많이 떨어졌을까? 이유는 환율이다. 즉, 환율때문에 지금의 우리나라 금값이 저평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여름에 만들었던 금계좌가 생각났다. 스마트폰에서 지웠던 미래에셋 앱을 다시 설치하고 금 사는 메뉴를 찾아보는데, 이런, 아무리 찾아도 금을 사는 법을 모르겠다. 한참동안 인터넷을 뒤져본 다음에야, 미래에셋에서 온라인으로 금을 사는 것은 HTS에서만 가능하고 MTS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MTS란 용어도 오늘 처음 알았지만, 미래에셋의 MTS에서는 금거래가 안된다니, 기가 차고 한심하다.
HTS는 Home Trading System으로, PC에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MTS는 Mobile Trading System의 약자로, 스마트폰에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 미래에셋은 보관수수료를 받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어. 자기들이 실물 금을 보관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루에 0.00022%면 1년에 0.08%. 금을 사서 1년 내에 팔꺼 아니면 다른 곳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불편하고, 비싸고... 다른 데로 가자.
NH투자증권에 금계좌를 만들다
미래에셋은 포기한다. 다른 증권사를 알아보았다. 두번째로 수수료가 싼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이라면 몇개월 전에 카카오뱅크 이벤트를 통해서 주식계좌를 만든 적이 있었다. 게다가 아이폰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니, 내게는 여기가 딱이다.
일단 앱스토어에서 찾아보니, "NH투자증권 QV MTS"란 앱이 있네. 이것을 설치하고 실행했다. 모바일 거래 시작하기를 누르니 간편인증번호를 등록하랜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니까, 나무 고객은 '나무MTS'를 이용하라며, 더이상 진행이 안된다. 젠장. 내 이랄 줄 알았다. 온라인으로 금융업무 볼 때는 한 번에 제대로 되는 법이 없다.

같은 NH투자증권 고객인데, QV 고객 따로 있고, 나무 고객 따로 있나? 뭐 이런 바보같은 구분이 다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금융사 앱들이 다 그렇지 뭐. 그나마 공인인증서 깔라고 하지 않는게 어디냐. 투덜대며 나무MTS를 설치했다.
NH투자증권은 QV고객 나무고객 두 종류가 있다. 나무고객은 나무MTS를 설치해야 한다. 정확한 앱 이름은 "모바일증권 나무" 이다.

나무 앱을 실행하니까, 간편인증번호를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주민번호, 전화번호, 인증 등의 절차를 거치고, 간편인증번호와 거래비밀번호를 등록했다.
간편인증번호는 6자리 숫자로, 로그인 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이다.
거래비밀번호는 4~8자리 영문/숫자 혼용으로, 주식/금 매매,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이다.
이제, 금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셋은 금계좌를 오프라인으로 만들었었다. 여기도 똑같겠지. 3일 뒤, 다른 일로 잡아놓은 휴가일에, 금계좌를 만들기 위해 인계동에 있는 NH투자증권에 방문했다.
코로나때문일까? 매장엔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번호표를 뽑을 필요도 없었다. 바로 창구로 가서 금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직원은 스마트폰으로 만들면 더 쉽다고 했다. 엥? 진짜? 그렇다면 여기 방문할 필요도 없었잖아.
직원이 내 아이폰을 받아 들고 금계좌 개설을 시작했다. 이것 저것 누르고 나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아이폰을 내게 건네주었다. 신분증 사진 찍고, 주소,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나니, 다른 은행에 개설된 내 명의의 계좌로 인증을 해야 한단다. 다른 은행에 개설된 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NH투자증권에서 그 계좌로 1원을 송금하고, 나는 그 계좌에 찍힌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NH투자증권의 나무MTS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 및 KRX금거래가 가능하다.

여차 저차 해서 마침내 금계좌를 만느는데 성공했다.
처음 금을 사 보다.
금을 사는 법은 주식 거래와 비슷하다. 내가 구입하고 싶은 금의 양과 g당 금액을 입력하여 금 매수 주문을 낸다. 거래가 완료되면 내 금 계좌에서 금액만큼이 빠져나간다. 계좌잔고를 보면 내가 산 금의 양이 나온다.
금 계좌를 만든 기념으로 금을 사 보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내 계좌에서 NH투자증권의 금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나무MTS의 계좌 잔고에서 방금 송금한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금 주문은 전체메뉴 > 국내/해외 주식 > 기타시장 > 금현물주문에서 할 수 있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고려해서, 내가 사고싶은 가격을 입력한다. 거래암호를 넣으면 주문이 들어간다. 가격이 적당하면 바로 계약이 체결되고 금이 구입된다.
내가 구입한 금은 전체메뉴 > 계좌/이체/청약/대출 > 잔고 > 나의 자산현황 을 들어가면 나온다. 내가 산 금의 손익금액과 수익률도 같이 확인할 수 있다.
난생 처음 금을 사 보았다. 앞으로 이 금이 오를지, 떨어질지, 기대와 걱정 반반이다. 하지만, 내 성격상,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주식이랑 달리 금은 휴지조각이 될 일은 없다. 당장은 떨어질 지 몰라도, 언젠가는 오르게 되어 있다. 급한 사정이 생겨 눈물을 머금고 파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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