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

식기세척기를 제거하다

lo9life 2024. 5. 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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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아파트를 분양 받아 들어왔다. 주방에는 빌트인 식기세척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한참 클 때에는 먹기도 많이 먹어서 항상 설거지 거리가 쌓여 있었다. 그래서 한창때는 식기세척기를 매일 두 번씩 돌렸었다. 식기세척기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계였다. 혹사당한 녀석은 세 번이나 고장이 났었고, 그 때마다 고쳐가며 썼다. 

 

2년쯤 전,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났고 나와 와이프 둘만 남게 되었다. 둘 다 아이들 유학 비용을 대느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은 하루 한끼 정도로 줄었다. 그것도 최대한 간단히 딱 먹을 만큼만 해 먹었다. 그래서 설거지 거리가 별로 쌓이지 않았다. 3~4일에 한 번 설거지하면 충분한 정도였다. 

 

그래서 식기세척기가 네 번째 고장이 났을 때는 별로 아쉽지 않았다. 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별로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장난 녀석은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고 점점 존재 자체가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방치되어 있던 녀석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고마웠던 기억보다는, 쓸모없어져 버린 녀석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아까워졌다. 나, 공대 나온 남자다. 이 녀석은 내가 직접 제거한다. 식기세척기 제거 프로젝트를 당장 시작했다.

 

프로젝트 실행에 앞서, 계획을 잘 짜야 한다. 빌트인으로 싱크대와 한몸인 것처럼 붙어있는 녀석을 어떻게 빼낼 것인가? 물을 쓰는 녀석이니 물난리 나지 않게 하려면? 등등 미리 살펴봐야 한다.

 

먼저 붙박이 구조를 조사했다. 식세기 문을 열고 내부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옆 싱크대와 연결되어 있을 것처럼 생긴 나사가 보였다. 아래 그림의 빨간 네모 안의 나사이다. 이렇게 생긴 나사가 양 사이드에 각각 두 개씩, 총 네 개가 있었다. 식세기 천정이나 바닥쪽에는 이렇게 생긴 나사가 없었다. 네 개의 나사를 빼니, 싱크대 하부장과의 연결을 해제할 수 있었다. 

식세기를 싱크대 하부장에 고정시키고 있는 나사

 

나사를 모두 풀고 식세기를 힘주어 밀어보니 조금 안으로 들어갔다. 싱크대와 분리가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입수관이다. 배관은 모두 싱크대 아래에 모여있게 마련이다. 싱크대 아래를 보니, 아래 사진처럼 배관이 되어 있었다. 파란 화살표는 개수대로 찬물이 공급되는 배관이다. 사진에는 T자 분기 밸브가 여러 개 붙어있다. 맨 위에 하얀 색은 정수기로 가는 배관이다. 그 아래 빨간 동그라미가 식세기로 가는 배관이다. 빨간 동그라미의 밸브를 잠그면 식세기로 가는 물을 잠글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초록색 화살표의 나사를 풀면 물난리 없이 식세기의 입수관의 연결을 해제할 수 있다.  

입수관

 

출수관은 아래 그림처럼 생겼다. 식세기에서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아래 파란 화살표 방향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그냥 빨간색 X표 부분을 잘랐다. 그리고, 냄새나 곤충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비닐로 칭칭 감아 버렸다. 

 

출수관

 

식세기 문짝을 열고 잡고 좌우로 조금씩 흔드니까 조금씩 빠져나왔다.

 

 

 

여러번 반복하여 마침내 완전히 빼냈다.

 

 

 

식세기가 있던 자리에 청소까지 끝냈다.

 

 

분리한 식세기는 무료가전수거 신청을 하면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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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차. 꺼내어 버릴 생각만 했지, 남은 자리를 어떻게 할 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휑하니 비어버린 공간. 와이프가 보기 전에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쓸모없는 녀석을 버렸는데, 골치거리가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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