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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1 - 가족주의 중심, 핀란드인이 살아가는 법

lo9life 2021. 2.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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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우나, 산타마을 하면 생각나는 나라죠. 북유럽 국가 스웨덴에 이어서 바로 이웃나라 핀란드로 떠나봅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박정호 실장님, 어서 오세요.

박정호: 예, 안녕하세요.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북유럽 시리즈
2021년 11월 1일 ~ 12월 20일 방송

 

스웨덴 1 - 공동체 의식이 강한 스웨덴

스웨덴 2 - 복지의 이면, 세금

핀란드 1 - 가족주의 중심, 핀란드인이 살아가는 법

핀란드 2 - 최근 새로 뜨는 산업과 경제 이슈

노르웨이 1 - 북유럽국가들도 부러워하는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 2 - 노르웨이 사람들의 일과 관심사

덴마크 1 - 낙농업의 나라 덴마크, 다른 산업은?

덴마크 2 - 북유럽 4개국 종합편



이진우: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세 나라는 누가 왼쪽이고 누가 오른쪽에 있는지, 비슷한 동네라서 이게 항상 헷갈렸는데, 다행히 가나다순으로 있더군요. 왼쪽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박정호: 어, 그렇네요. 역시 공부 잘 하시는 분들은 암기하는 방법을 아세요. 방금 말씀해 주셨으니까, 이 세 나라에 대해 간단히 한 번 말씀드리면요. 이 세 나라 중에서 서로 간에 어느 나라를 제일 부러워 할 것 같으세요? 

이진우: 야, 재밌는 질문인데요. 누가 제일 부러울 것 같으냐? 스웨덴?

박정호: 스웨덴을 부러워 하는 이유는 제조 강국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전투기, 자동차, 중장비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유일한 국가는 스웨덴이니 그런 차원에서 부러워하구요.

이진우: 저는 노후를 보낸다면, 노르웨이가 좋아요. 

박정호: 제일 정확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다들 노르웨이를 부러워 하는데요. 북해에서 기름이 나잖아요. 그래서 국민소득이 더 높고, 세 국가 중에서 아무 일 안 해도 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석유 팔아서 국민들 1/N 해도 충분히 먹고 살아요. 제일 걱정하는 나라가 어디겠습니까? 오늘의 주인공 핀란드죠. 하나 하나 풀어 볼까요? 핀란드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세요? 

이진우: 핀란드? 사실 북유럽 3국은 저한텐 다 비슷하게 느껴 지기는 해요. 

박정호: 사실 세 국가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면 느낌이 조금씩 다른데요. 스웨덴은 느낌이 독일에 가깝습니다. 제조를 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이 규율을 잘 지키고 팀웍이 강한 편이에요. 핀란드는 그런 스웨덴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굉장히 조용한 나라예요. 우리는 도로 바깥에 서 있으면 잡음도 들리고, 창문 열면 오만까지 소리가 들려야 되는데, 이 나라는 아니에요. 헬싱키에서 지방에 있는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할 때 국도를 지나가게 되는데요. 차를 30분을 타고 가도 앞 뒤로 아무 차가 안 보여요. 반대쪽 차선에도 차가 없고요. 정말 사람이 없는 나라죠. 인구 밀도는 세 나라가 다 낮은데, 핀란드는 특히 낮아요. 세 나라가 영토는 비슷비슷한 규모예요. 물론 우리나라 보다는 1.5배나 2배씩 타 큰 나라들이죠. 그런데 핀란드는 인구가 500만 명 밖에 안되요. 그러니까 땅은 큰데,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이 사니, 무슨 소리 들릴 일도 없고, 사람을 마주칠 일도 별로 없습니다. 핀란드를 처음 갔을 때 느낌은, ‘어, 왜 이렇게 정적이 있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러다가 조금 지나면, ‘너무 심심하다’, ‘너무 차분하다’ 이런 느낌입니다.

 

 

 

 

핀란드는 조용한 나라


이진우: 이 나라가 대표적으로 유명한 게 사우나죠?

 

박정호: 맞습니다. 사우나란 말 자체가 핀란드어예요. 땅을 움푹 판, 웅덩이 비슷한 어원이예요. 사우나에서도 핀란드의 대표적인 정서를 볼 수가 있는데요. 핀란드 인들은 옥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게 어둡고 춥기 때문인데요. 러시아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해요, ‘아, 핀란드는 추워서 못 살겠다.’ 누가 누구한테 할 말인지 모르겠지만요. 러시아 인구의 상당 부분은 우랄산맥 왼쪽에 해당되는 모스크바 근처, 나름 살만한 곳에서 살잖아요. 그리고, 옛날에 구 소련에 해당되었던 우크라이나 같은 지역은 그래도 곡창지대로 따뜻해요. 그 분들이 보기에는 핀란드가 춥다는 거죠. 실제 겨울의 핀란드는 시베리아 동토에 가까울 정도로 추운 곳이 많거든요. 그리고 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 두 달, 세 달 정도 밖에 없어요. 기온이 아니라 해가 보이느냐의 문제인데요. 분명히 해가 뜨긴 떴는데, 밝아졌다는 느낌이 아니예요. 우리의 새벽 같은 느낌. 회색이었다가 검은 색으로 다시 바뀌어요. 다시 밤이 오고 다시 회색. 그리고 겨울은 검은, 검은, 검은 색.

 

 

 

 

이진우: 저도 여름에 한 번 간 일이 있는데요. 새벽 1시 가까이 된 시간인 것 같은데도 밖은 여전히 밝고, 그러니까 백야 라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겨울에 갔으면 ‘어, 오전 11시 인데도 아직 해가 안 떴네?’ 이랬을 것 아니겠어요?

박정호: 예. 백야를 보신 거 보니까, 좀 더 위로 가신 거예요. 원래 헬싱키나 그 아래에는 백야가 없거든요. 거기는 그냥 회색 아니면 검은색, 이런 거죠. 이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밖에서 뭘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안들겠죠. 그러다 보니까, 철저히 집에서만 생활을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봤던 여러 민족들 중에서 가장 가족주의가 강한 국가가 핀란드이고, 가장 개인주의가 강한 국가가 핀란드입니다. 회사, 집, 회사, 집 이런 생활을 하는 국가, 핀란드입니다. 퇴근하면 어디에도 안 들리고 집으로 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구요. 집에 가서 가족들하고만 놀아요. 그렇다 보니까 아주 재밌는 기질이, 스웨덴만 하더라도 지난번에 공동체, 군집, 커뮤니티 이런 얘기 많이 드렸잖아요. 핀란드도 물론 공동체 의식은 있지만, 그거 보다 더 핀란드를 설명하기 좋은 것은 가족주의예요. 왜냐하면, 가족하고만 있으니까요.

 

핀란드를 설명하기 좋은 단어는 가족주의예요.

 

이진우: 와,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집에서 뭐해요? 가족들하고 사이 안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자기 소리 하고.

박정호: 그것도 아주 특이한데요.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 누군가가 나를 초대를 해요. 밖에서 어디 놀 데도 없고, 가게도 다 6시쯤 되면 문 닫고, 가게 주인들도 다 집으로 가서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호텔에서 혼자 심심 할 텐데 우리 집으로 와’ 라고 해요. 그러면 ‘집에서 파티 하나보다, 수다 떨고 노나 보다’ 하고 기대에 부풀어서 가죠. 막상 집에 가 보면 ‘TV 볼래?’ 그러면서 TV를 틀어놔요. TV를 보면서 같이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2시간쯤 보면 한 프로가 끝나죠. 그러면 ‘다른 거 보고 싶음 돌려’ 그리고 TV를 그렇게 말없이 같이 한 3시간 봐요. 그러다가, ‘아, 그래, 잘가.’ 하고 깨끗이 헤어져요. 허허허. 이게 저도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그러다 보니까 집에서 놀 수 있는 레저 문화로 생각한 것이 아마 사우나 같아요. 정말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구요. 그리고 특이한게 버스에도 사우나가 있어요. 물론 시내 버스는 아닌데, 시외버스 같은 것 뒷칸으로 가면 사우나를 할 수가 있어요. 정말 쌩뚱맞은 데에도 사우나가 있어요.

 

 

 

 

이진우: 그 사우나라는게 따뜻한 물 담겨 있는 탕이 아니죠?

박정호: 아닙니다. 그것도 설명을 드릴께요. 돌을 뜨겁게 가열을 해 놔요. 그리고 그 돌에다가 물을 뿌립니다. 그러면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겠죠. 그 증기로 공기를 데워서 내 몸을 달구는 것이죠. 탕이 있고 그런건 아닙니다. 

이진우: 그러면, 버스의 뒤에 있으면 옷을 벗고 들어가요? 

박정호: 옷을 옆에 걸어 놓고, 거기에 간단한 수영복 아니면 가릴 수 있는 가운 같은거 있잖아요. 아주 전통식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상관 없이 걍 다 같이 벗고 들어가는 게 전통 핀란드 사우나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오고 하니까, 나름대로 수영복이나 가운 같은걸 받쳐 입어요.

 

이진우: 그런데, 그 조차도 정적이네요. 저 같으면 집에 시간을 보내게 되면 집에 보드 게임 아니면 집안에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이런걸 텐데, 사우나라니? 

박정호: 사우나 안에서도 얘기도 안 하고 다들 그냥 뜨겁게 앉아 있어요. 하여튼 그렇구요. 그러면 핀란드 인들은 주말이나 휴가는 어떻게 보내느냐? 주말이거나 명절이거나 휴가를 갈 때도, 액티비티가 있거나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아니라, 그 때도 가족끼리 만납니다. 핀란드는 워낙 땅이 넓고 복지도 잘 되어 있는 국가라서 그런지, 중산층 이상은 다 세컨드 하우스가 있어요. 특히, 별장을 둘 수 밖에 없는게, 침엽수림 숲이 너~무 이쁘고요. 핀란드는 호수가 너~무 많아요. 호수가 약 20만개 가까이 돼요. 피요르드 해안, 빙하 녹아가지고 생긴 호수, 그런 호수들이 정말 예쁜 데가 많거든요. 그 호수 근처에 조그만 산장같은 느낌의 작은 집, 우리나라의 펜션이라기 보다는 통나무로 지은 산장이예요. 일가족 서너명 들어가면 꽉 차는 정도의 크기. 주말이라든가 휴가를 내서, 가족끼리 그 별장에 가서 조용히 TV 보고 놀다가 사우나 한 번 하고 와요.

 

 

 

 

박정호: 핀란드 분들은 옥외활동 안하고, 가족주의가 많은데, 가족이 형성되기 전에는 다른 사람 신경 안쓰고 개인주의에 가까워요. 핀란드는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을 하는 문화가 많은데요. 독립을 할 때 동거를 많이 해요. 그 이유가 저는 두 가지 같은데요. 일단 첫 번째는 물가가 정말 살인적이에요. 각자 방 한 칸 씩 갖고 혼자 사는 건 너무 비경제적이고 힘들 거에요. 그렇다고 거기가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은 또 아니거든요. 세금도 많이 내구요. 그런데 거기서 혼자 산다고 하면 많이 부담 될 거구요. 그 다음에 가족 중심의 사고가 있다보니까 집에서는 누구랑 놀아야 되고 같이 보내야 된다는 의식이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차원에서도 아마 결혼까지는 안가더라도 동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형성되기 전에는 개인주의가 많아요.

 

이진우: 아, TV 같이 보는걸로? 거기는 라면 먹고 갈래?가 아니라, TV 같이 볼래?겠군요.

박정호: 어, 그런 거네요. 맞아요. 같이 사는 거가, 우리는 굉장히 큰 맘 먹고 하는 이벤트이고 이슈가 되잖아요. 여긴 그게 아니예요. ‘우리 이제 여자친구, 남자친구야.’ 그러면 집을 합치는 거죠. 그러다가 헤어지면, ‘그래 안녕.’ 하고 헤어지고, 그러다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면 또 다시 동거하는, 그런 문화죠. 그래서 동거인이 법적 혼인관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법적으로 굉장히 보호를 받아요.

이진우: 별장 같은게 있으니까 부럽긴 한데요. 아마 거기도 주말에 리조트에 놀러 가면 그 리조트의 직원이 주말에 출근 해야 될 텐데요. 그런데, 주말이니 그 직원도 집에서 가족이랑 놀아야 되고, 허허허.

 

의외로 핀란드인은 굉장히 불친절해 보여요.


박정호: 맞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표현이 좀 그런데요, 굉장히 불친절하세요. 적극적인 서비스, 적극적인 행정, 이런 건 전혀 기대하시면 안되요. 그냥 자기는 맡은바 일만 하는 거고요. 일을 하다가 자기 시간을 가져야 될 타임이면, ‘자, 지금 커피 타임입니다’ 하면, 그냥 커피 한잔씩 마시고 있어요. 줄을 서서 1시간씩 기다린 사람 들이 즐비한 데도요. 심지어 관공서에서도요. 기다리는 사람은 그걸 또 받아들이는데요, 왜냐하면 자기도 그런 권리를 누리니까요. 

박정호: 그러니까 외국인들만 속터지는 거죠. 그 어느 정도냐 하면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핀란드 하고는 거래 안하겠다고 할 정도가 많아요. 제가 예전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느린 나라라고 해서 인도네시아를 설명드린 적이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물류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나 종합상사 분들이 ‘인도네시아 분들이 중국 분들 처럼만 빨랐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 한다고 했었잖아요. 유럽의 인도네시아가 바로 핀란드 입니다. 정말 끝내 주는 데요. 어느 정도냐 하면요. 예를 들어, 서류를 넘기면서 검토를 할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서류 한 장을 넘겨도 소리가 날 정도로 팍팍 넘겨서 빨리빨리 보잖아요. 거기는 약간 슬로 모션을 틀어놓은 느낌이 있어요. 그걸 다 끝까지 봤으면 다음 장을 넘기는 것도 속도가 좀 느려요. 아, 진짜로 농담이 아니에요, 이게. 이건 경험을 본 분만 알아요. 하하. 그러다가 약간 클레임을 걸잖아요. 예를 들어, ‘출장 기간도 거의 다 되가고, 이제는 우리가 MOU라도 체결해야 나도 뭐라도 들고 가지 않겠냐’ 하면서, 윗분 하고의 미팅도 잡아달라 하면서, 닥달 아닌 닥달, 아니면 얼굴도 좀 벌개져 가면서 ‘좀 서둘러 주십쇼’ 이렇게 얘기를 하면요. 그러면 핀란드인은 그거를 즐겨요. ‘야, 쟤가 왜 저러지? 쟤 특이한 친구다. 이런 걸로 성질을 내네?’ 이러면서, 자기는 그거에 감정적으로 상처 받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영향을 받아서 일의 속도를 바꾸지도 않고,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만 합니다. 전 국민이 그래요.

이진우: 뭐 먹고 산다고 했죠, 이 분들은?

박정호: 아, 그게 또 놀라운데요. 전 세계 IT 최강 국가죠. 옛날에 그 노키아 있었잖아요. 그 다음에 노키아가 망하자 마자 앵그리버드 라는 스타트업이 전세계를 휩쓸었구요. 그 당시 앵그리버드와 유사한 스타트업들이 뭐 이렇게 수천개가 동시에 생겼거든요.

 

 

 

 

이진우: (알고보니) 일 잘하는 분들이네요.

박정호: 그게 제가 이해가 안가요. 핀란드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던 비중이 우리의 삼성 이상이에요. 한때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삼성이 뭐야?’ 이랬던 곳이죠. 그 큰 회사가 없어지고 나서, ‘야, 저런 (일처리) 속도라면 노키아를 대체할 만한 것을 보려면 다음 세대나, 10년 이상 걸리겠다’ 했는데요. 2~3년 만에 앵그리버드를 비롯해서 확실히 체질개선 하는걸 보고, 저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진우: 우리처럼 빨리빨리 문화면 ‘저게 경쟁력인가 보네’ 할 수 있을 텐데요. 

박정호: 하핫. 그러게요. 그 다음에 전 세계에서 초정밀 배를 제일 잘 만들어요. 왜냐하면 북극해도 가깝고 호수도 많다 보니까요. 우리 같은 초대형 선박은 아닌데, 정확히 말하면 배의 부품을 잘 만듭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핀란드 하고 교역하는 게 많은데, 그 과정에도 우리가 무역 역조 예요. 우리가 수입을 더 많이 합니다. 그 수입하는 물건들의 상당 부분이 배의 고부가 가치 부품이예요. 

이진우: 아하, 우리는 조선을 많이 하니까요?

박정호: 그렇죠. 그리고, 저 위의 침엽수림을 바탕으로 한 제지원료. 우리나라도 핀란드로부터 제지원료로 대거 수입해 오고 있구요.

이진우: 허허, 흠을 좀 잡고 싶은데 흠잡을 게 없네요.

박정호: 그런데, 핀란드는 오래 전부터 옆에 있던 스웨덴처런 본격적인 제조업을 하고 싶어 했었는데요. 내수 시장이 500만명 밖에 안되어 너무 작기 때문에 제조는 그 기능을 많이 잃어 버려서 주로 IT에만 중심을 두고 있어요. 배는 본인들이 하던 거구요. 

이진우: IT도 다 수출 하겠네요. 게임이든 뭐든, 무형이겠지만요.

박정호: 예. 핀란드도 어떻게 보면 가장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예요. 아, 핀란드에 가서 한가지 좋았던 점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영어를 진짜 잘해요. 제가 살아 보진 않았습니다만, 내가 핀란드 말을 꼭 해야 된다는 느낌은 웬만하면 못 느꼈구요. 편의점에 가던, 관공서에 가거나, 길 가다가 누구에게 길을 물어봐도, 다 영어로 대답이 옵니다. 그게 아마, 그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 같아요.

박정호: 근데 한 가지, 제가 정말 힘들었던 게 음식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음식에 적응하고 잘 지내만요. 전 세계에서, 출장가서 한 일주일이 지나고선 정말 ‘이거 말고 뭐 없나요?’ 라고 하는 나라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영국, English Breakfast. ‘정말 아침마다 이것만 드십니까?’ 라고 물어볼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그 분들을 맛있게 드시지만요. 그런데, 핀란드도 거의 그 수준이에요. 연어를 굽거나 조리해 드시는 것, 감자, 약간의 야채, 이거 말고는 없어요. 그리고 기후가 그래서 그런지, 향신료가 많지 않았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신선은 하지만, 맛이 좀 밋밋하지요. 핀란드가 공기 좋고, 깨끗하고, 이런거는 정말 좋죠. 그런데 음식의 쓴, 신, 짠, 단, 이런 맛이 없어요. 

 

 

 


이진우: 그게 아마도 인구가 적고 인건비가 비싸고, 다른 산업이 발달돼 있으니까 자영업하는 분도 없고, 식당도 드물고, 다 집에 가서 밥 먹으니, 요리를 특별히 잘하고 개발해야 되는 니즈가 별로 없지 않았을까요?

박정호: 대부분 집에서 요리를 해 드시는데, 그 이유가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예요. 버스로 요금을 비교해 드리면 쉬울 것 같아요. 버스 한 번 타는 요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이 넘어요. 시외버스도 아닌데요. 약 4배쯤 되는거죠? 물가가 정말 비싸요. 그렇다 보니까 집에서 해먹을 수 밖에 없구요. 우리는 가끔 유튜브 같은 것도 보면서 이것도 해 먹고, 저것도 해 먹고 그러는데, 핀란드는 그런 욕구도 별로 없으세요. 루터교 즉 절제, 검소함 이런 것들이 배어서 그런지, 사회적인 액티비티가 없어요. 오늘은 경제 이야기를 좀 덜 하긴 했네요.

이진우: 경제 학자와 떠나는 세계 일주 시간, 오늘은 핀란드로 다녀 왔는데요. 핀란드의 경제 이야기 남은 것들은 다음 주에 또 이어서 들어보죠.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박정호 실장이었습니다.

 

박정호: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0년 11월 15일 방송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코너를 발췌한 것입니다.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약간의 첨삭이 있으며, 정확한 원본은 팟캐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북유럽 시리즈
2021년 11월 1일 ~ 12월 20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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