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떠나는 세계 일주 여행,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노르웨이로 한 번 더 날아가 봅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 박정호 연구원, 어서 오십시오.
박정호: 네, 안녕하세요.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북유럽 시리즈
2021년 11월 1일 ~ 12월 20일 방송
노르웨이 1 - 북유럽국가들도 부러워하는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 2 - 노르웨이 사람들의 일과 관심사
이진우: 지난 주에 노르웨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외로 잘 몰랐다는 분들이 꽤 계셨어요. 석유가 나온 다음부터는 국민들이 일들을 잘 안 하려 한다는 것을 보고, ‘야, 사람은 다 똑같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안 그래도 일손 모자라는 인구 적은 나라에서 국민들이 힘든일 안하려고 하면 그 나라는 그럼 어떻게 돌아가나? 뭐 이민자들이 많나? 아니면 어떻게 일손을 구하나? 물어 보시기도 하는데, 그거에 대한 답은 뭡니까?
박정호: 예. 바로 이것도 석유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노르웨이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노르웨이로 일을 하러 갑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가요.
이진우: 고등학생이요?
잠깐만, 시급이 5만원이요? 최저임금이?
박정호: 네. 노르웨이에는 최저 임금이 다른 북유럽 국가보다 훨씬 높아요. 놀라지 마십시오. 일당이 아니라 시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에 가까워요.
이진우: (순간 정적) 잠깐만, 시급이 5만원이요? 최저임금이?
박정호: 예. 다른 북유럽 국가도 최저임금이 꽤 높은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너무 높다 보니까, 유럽도 그렇고 북유럽 국가들은 특히 고등학교 정도 되면, ‘방학이니깐 니 용돈은 니가 벌어’ 이게 일반적인 문화거든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방학 되니까 내 용돈 벌려고 뭘 해야되는데, 야 우리 이왕이면 노르웨이 가서 일하자 이거예요. 그래서 기차 타고 와서 노르웨이에서 일을 하는 거죠.
이진우: 하루 10시간 일하면 50만원. 와, 월 1000만원이 기본 이네요.
박정호: 네. 이렇게 많은 돈을 버니까 노르웨이에서 그냥 알바만 해도 크게 부자 되겠네요 라고 생각하시기 쉬운데요. 그게 그럴 수가 없는게, 물가가 살인적 입니다. 저도 해외 출장 가면 기간이 짧다 보니까 욕심에 하나라도 더 볼려는 마음에 버스 안 타고 비싼 돈 내고 택시 탈 때가 참 많아요. 그래야 빨리빨리 이동하면서 하나라도 더 보니까요. 그런데 단 한 번도 무서워서 택시를 못 탄 나라가 노르웨이예요. 미터기 올라가는게 ‘저러다가 내 월급이 나가겠구나’, 이런 수준이구요. 그래서 버스를 탔을 때 버스를 한번 그냥 이용한 거 그러니까 원데이 프리패스를 선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여기서 저기 가는데 이용할 때 냈던 돈이 8000원이예요.
이진우: 그것도 우리나라의 약 7배 넘네요.
박정호: 그렇죠. 8000원이면, 우리나라 가까운 거리 택시 요금이 잖아요.
이진우: 최저임금이 그 좀 7배 되니까 뭐 비슷하게 다 7배네요.
비싼 버스 요금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예요.
박정호: 최저임금을 그렇게 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런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들어가는 생활 물가가 굉장히 비싸니까요. 기본적으로 복지가 잘 되있다고 제가 지난번 얘기했죠. 굳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을 하게 하려고 국가에서 억지로 유도하는데,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공공 서비스에 해당되는 교통이나 이런게 왜 이렇게 비싼가? 이게 노르웨이에서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버스나 이런 교통도 복지라고 생각해서, 무료나 공짜에 가까운 최저 비용만 청구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걸어다니는 대신 버스만 탈 거야, 가까운 거리도 예전에는 자전거 타고 다녔던 사람들이 다 버스만 탈 거라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되면 버스 운행 양이 불필요하게 늘어나고, 환경오염 생기고, 불필요한 유지보수 비용 들어가고, 과잉 이용하게 되고, 결국 게을러 지게 되고, 그러니 이런 것들은 꼭 필요할 때만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 요금을 훨씬 더 비싸게 매기는 거죠. 예전에 제가 베네수엘라 말씀드리면서, 거기는 복지 차원에서 주유소에 가면 기름이 거의 공짜에 가깝고 전기요금도 석유 때서 화력발전 하는거라 거의 공짜에 가깝다고 말씀 드렸죠. 그런데 노르웨이는 그렇게 하는 것은 남용이라고 생각해서 비싼 돈을 내야지만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반면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아야 되는 부분이 있죠. 건강이 훼손되면 일을 못하잖아요. 누워 있어야 되니까. 그런 의료나 이런 것들은 그런거는 그렇게 해선 안되지 이렇게 이제 구분을 해 버리는 거죠. (의료는 국가에서 보장해 준다는 뜻.) 그런 처절한 고민 끝에 이렇게 최저임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그런 요인이 있다는 겁니다.
이진우: 아, 그래서 대중 교통이 비싸다? 대중교통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약간 어감이 좀 다르네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평소에 관심사가 뭐예요? 그 나라 신문을 보면 1면에 자주 나오는 이슈가 뭡니까?
박정호: 노르웨이는 자체적인 언어가 있는데도 다들 영어를 되게 잘 하세요. 거의 누굴 만나도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수준들이 다 되세요. ‘세상 걱정 없는 사람들인데, 주로 어떤 게 관심이 많아요?’ 라고 물어봤더니, 너무 황당 하더라구요. 가치에 대한 담론을 많이 나눠요. 예를 들면 공평이라는 건 뭘까? 정의란 무엇일까? 남녀평등은 뭘까? 지구가 오염되고 있어. 이런 거죠. 그러다 보니까 회사 경영 뿐만 아니라 공공 거버넌스의 평가 지표가 이런 가치를 얼마나 실현 했느냐에 굉장히 치우쳐져 있어요.
정말 여유있으시구나
이진우: 얼마나 채용을 할 때 남녀평등을 잘 지키느냐? 능력이 좀 떨어지는 분들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
박정호: 네. 전부 그런 걸로 돼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어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서열을 매길 때, 매출 신장, 당기순이익 증가율 뭐 수출 다변화 이런걸로 매기잖아요. 근데 여기는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석유가 나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게 바로 남녀평등 문제에요. 여기도 가정폭력도 좀 있었고, 술먹고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고 하다 보니, 그런 거를 막고 여권을 좀더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와 노력이 예전부터 있었는데요. 석유까지 나고 나니까, ‘돈 많이 벌기 위해서 남자만 채용하고 여성은 채용 안했다’ 라든가, ‘왜 너네 회사에 임원의 90%가 다 남성이니?’ 라고 했을 때, ‘남성들이 일을 잘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이런 핑계를 이제는 용납 안하겠다는 거죠. 이걸 단계적으로 했는데요. 처음에는 이제 나름대로 여유가 있는 큰 기업들에게 남성 여성의 비율을 한쪽이 60% 이상이 되면 안되도록 법제화 했어요.
남녀 평등에 엄격한 노르웨이
이진우: 아, 남성이 많든, 여성이 많든, 60%는 넘지 마라?
박정호: 네. 그래서 그걸 모든 중대형 기업들에게 요구를 했구요. 그게 잘 되고 나니까 낮춘 거예요. 인제는 뭐 100인 이상, 그리고 나서 또 낮춰서,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이제 중소기업에도 그걸 요구하는 수준까지 됐어요. 만약에 그런거 맞추다가 어느 중소기업이 어려워졌다면 그건 가치를 실현 하다가 생긴 어려움이니, 국가가 석유 판 돈으로 좀 도움도 주고 그에 따른 매출 하락이나 여러가지 불편함은 국가에서 지원도 줄테니 하여간 다 맞춰라. 폐업을 맞으면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들을 지원하면서 그 대신에 국가에서 그것들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끔 지원 하는 거죠.
이진우: A라는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남자들이 일을 많이 해야 되는 회사고, B라는 회사는 여자들이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업종 이라면, 그냥 A는 남자만 고용하고 B는 여자만 고용하게 해도 고용률은 비슷해 질텐데, 굳이 A도 반반, B도 반반 고용 하라고 하면 둘다 불편해 질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불편한 건 나라에서 대 줄께.' 이런거예요?
박정호: 그렇죠. 그렇게 해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제반 비용을 다 대주는 거구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플라스틱 소모품들을 사용해서 지구환경과 대양들을 많이 오염시키고 있어요. 이걸 안 사용하는 방법들이 기술적으로 개발되었다는데, 노르웨이는 없고 해외 어디에 있대요.’ ‘그래? 그럼 그거 사와서 지구 환경 지켜. 돈 필요해? 여기 있어. 국가가 내 줄께.’ 이런 거죠.
노르웨이의 복지는 대부분 석유판 돈을 근거로 하는 거네요.
이진우: 하하하. 우리가 부러워하는 노르웨이의 대부분의 뭔가는 주머니에 두둑한 석유 판돈, 그걸 근거로 하는 거네요. 물론 석유 판 돈이 많다고 해서 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건 아니라서 돋보일 수는 있습니다만,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도 아닌 거네요.
박정호: 그리고 또 한가지 특이한건 그러면 정말 이 분들이 굉장히 고민하는 건 뭐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실 뭐 제가 뭐 이렇게 뭐 좀 표현드리면 좀 언짢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국민으로서 당연히 정치나 이런데 관심 가져야지요. 근데 그것도 너무 과열되면,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우리 쪽에서 뭔가 주장하면 세부적인 내용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옳은 것 같이 생각하면서 사회적인 비용이 커지거든요. 근데 노르웨이는 그런 불협화음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가장 큰 뜨거운 이슈가 뭐냐 하면, 버터 가격. (잉?) 노르웨이는 워낙 낙농이 발달된 곳이라 버터의 독특한 맛이나 질감이 있어요.
이진우: 우리 나라로 치면 김치 같은 그런 느낌인가요?
박정호: 네. 몇 해 전에 (2011년) 노르웨이가 가장 뜨거워졌던 사건인데, 버터를 사러 다니는 거였어요. 그 당시의 노르웨이 국민들 사이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열풍이었어요. 저탄수화물은 그냥 탄수화물을 줄이면 되는데, 고지방을 어디서 얻을것이냐? 버터잖아요. 낙농강국으로서. 그러다 보니까 버터 수요가 통상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아진 거예요. 그런데 그 즈음이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어요. 가뜩이나 일을 적극적으로 안하시는 분들이, 크리스마스 시즌 때는 내내 휴가내고 가족들하고 불 피워놓고 그 앞에서 밀크티, 치즈, 버터로 다양한 요리 만들어 먹고, 그런거 할 거 아니겠습니까. 그때 좋은 터가 있어야 되는데, 마트에 갔더니만 버터가 없는 거예요. 다이어트 열풍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가서. 그럼 더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말씀드렸잖아요. 노르웨이에는 생산 설비나 이런게 원활하지 못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러다가 크리스마스에 우리 버터 못 먹는거 아니야?’ 그래서 차끌고 다른 먼 동네까지 버터 사러 다니고, 그 동네도 버터가 없어졌다는 게 지역신문에 나고. 이게 가장 뜨거운 이슈로… 하하하.
이진우: 어찌보면 절실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다른 고민이 참 없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참 석유 나는게 부럽다는 생각도 또 한번 들고.
박정호: 네. 신문에 나오는 거라고는, 소소한 것들, 누가 어디 좀 크게 다쳤다라든가, 우리 신문을 생각했을 때 굳이 이게 앞면에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인데 그런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도 참 불편한 진실인 것 같은데요. 노르웨이의 분들을 폄하하는 거 같긴 한데, 다른 치열하게 사는 국가에 비해 아무 고민이 없기 때문에, 아무 이유없는 묻지마 범죄, 강력범죄가 많이 생겨요. 이거는 사실 저도 FBI에서 보고서가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게 있는데요. 미국에서 희대의 연쇄 살인범들의 공통점이 뭔지에 대한 보고서였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연쇄살인범은 어렸을 때 집에서 학대를 받았거나 이런 우여곡절이 있기 때문에 인성적으로 삐딱하다고 생각되잖아요.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 거예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중산층 이상의 환경에서, 백인이고, 남성이고, 어떻게 보면 사회의 가장 주류에 해당되는, 배울 것도 배울 만큼 배우고, 소득도 견실하고, 이런 분들이 묻지마 범죄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노르웨이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 중의 하나도 이런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의외로, 묻지마 범죄, 강력 범죄가 많이 생겨요
한번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의 한 곳에서 총기난사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 겁니다. (이것도 2011년 이네요.) 이게 얼마나 치밀했냐면 자기가 살인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사망한게 아니라 약간이라도 의식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확인 사살하는 그런 범죄를 자행한 거죠. 국민 소득이 너무 높아 지면서, 그리고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생기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노르웨이에서도 생각을 했어요. 근데 또 하나의 문제가 됐던 게 뭐냐면, 그 동안에는 이 정도의 흉악범죄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범죄자 같은 경우는 노르웨이 법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벌을 때렸거든요. 그게 징역 몇년일 것 같으세요?
이진우: 아, 어느 나라 비슷하지 않아요? 무기징역도 있고, 사형은 뭐 있는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겠지만.
박정호: 그보다 훨씬 낮아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21년형 인가 받았어요.
이진우: 아, 그게 법정 최고형이다?
박정호: 네. 최고형이예요. 이게 왜 그러냐면, 이것도 노르웨이 뿐만 아니라 북유럽 전반적인 분위기인데요. 징역이든 뭐든 간에 벌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우리와 격리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거기에서 충분히 숙려기간을 가져서 교화된 다음 다시 나와서, ‘너도 이제 니 삶을 살아’ 가 방점인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징역형이 길지 않아요. 그래서 법정 최고형으로 21년형인가를 때렸는데요. 근데 이 정도 수준의 범죄에는 노르웨이 국민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봐요. 저런 경우라면 나와서 이상한 일을 또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 뒤부터 노르웨이에서는 법정 최고 형량을 늘리거나, 아니면 형은 다 살고 왔더라도 어딘가 격리 해서 자기들과 구분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요즘은 노르웨이에서 이런 묻지마 범죄라든가 이런 거에 대한 이슈가 가장 커지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주택 비용을 국가에서 100% 이상을 대출해 줍니다.
이진우: 이 나라는 주택 문제는 없어요? 제가 얼핏 듣기로는 북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다 복지가 잘 돼 있다보니까 사람들이 돈을 굳이 저축을 할 필요를 못 느끼고 그러면 여윳돈이, 그래도 연봉 많은 사람들은 여윳돈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그냥 대출 많이 받아서 부동산에 질러 버린다. 이른바 그래서 집 값은 더 많이 오르고 그래서 고민이라고 하던데요.
박정호: 예, 맞습니다. 아까 제가 버스 요금 같은 건 굉장히 비싸다 말씀드렸는데요. 그런데 노르웨이에서 판단하기로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라는 건 이것은 기본에 해당 된다고 생각한 거예요. 게을러 지는 것과 관계없이 인권과 관련된 거라고 생각한 거죠. 노르웨이에서 만약에 ‘저, 집이 없어요. 그래서 국가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고 해요’ 하면 대출을 얼마나 해주냐 하면 100% 이상을 해줘요.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이라고 치면, 국가에서 ‘도배도 좀 하고, 가구도 들여야 되고, 그런 돈도 필요하시겠네요.’ 라며 10억 이상의 대출을 해 줘요. 그리고 그것을 평생 살면서 갚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집으로 이주 하려는 욕구도 별로 없고, 집이 필요하면 국가에서 얼마든지 대출해 주고 하니까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극적이지 않게 되 버린 거에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공급을 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지 않은 거예요. 건설업체에도 별로 없고, 일손 구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집값이 오르는 거죠. 공급이 안 되니까.
이진우: 편해지기 시작하면 공급으로 다시 그 불을 끄기가 어렵다?
박정호: 그리고 유권자들이 라고 하는 분도 집값 오르는 것에도 별 불만이 없죠. 국가에서 다 대출해 주니까요. 계속 갚고 있는데 ‘어, 집값이 또 올랐나 보네? 그럼 대출을 더 받아야지 뭐.’ 이런 식인 거에요. 노르웨이는 집값이 오르는게 큰 사회 문제가 아니예요. 약간 이슈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온 신문 지면에 도배되고, 이런 건 아니에요. ‘그럼 대출을 더 많이 해 주지 않겠어?’ 약간 좀 이런 느낌.
배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제도를 우리가 무작정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자,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북유럽을 이제 한 3개국 돌아 봤지 않습니까? 결론을 말씀드리면요. 많은 신문 지면에서나 정책적인 담론을 나눌 때, 어떤 나라의 어떤 제도 하나를 보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는 거죠. 배경도 다르고 이유도 다르고 그리고 가치관도 다르고 그로 인해서 희생되는 것도 다르고 하니까요. 저도 개인이다 보니까 제가 가서 만난 사람들에 의한 편향성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하나하나 조금 디테일하게 봤더니, ‘어떤 제도 하나를 벤치마킹하러 출장을 가서 상황을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못할 이유도 많고, 정서적인 이유도 많고, 저걸 하려면 제도들이 줄줄이 바뀌게 되는구나. 그걸 다 바꿨을 때 우리 국민들이 동의할까?’ 이런 생각들이 드는 것도 있더라는 거죠.
이진우: 한국산업경제연구원 박종호 실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정호: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0년 12월 6일 방송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코너를 발췌한 것입니다.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약간의 첨삭이 있으며, 정확한 원본은 팟캐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횡무진 세계를 가다, 북유럽 시리즈
2021년 11월 1일 ~ 12월 20일 방송
노르웨이 1 - 북유럽국가들도 부러워하는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 2 - 노르웨이 사람들의 일과 관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