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하다

lo9life 2022. 2. 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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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상가를 고른 이유는 상가 주변으로 12000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었다. 상가의 완공일은 2022년 3월 예정. 아파트의 입주는 2022년 7월 예정. 상가가 완공되서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4개월의 시간차가 있다.

 

내 자금 계획은 임대 보증금으로 상가 잔금을 충당하려는 것이었다. 잔금은 상가 완공에 맞춰 내야 한다. 상가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때쯤에 나갈 것이다. 즉, 4개월간 버틸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운이 좋다면 상가 완공 이전에 상가 임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아니라, 상가의 위치가 좋으니, 머리를 굴리는 임차인이라면 다른 사람이 채가기 전에 빨리 상가 임대 계약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당연히 완공일 이전에 임대가 나가지 않겠어? 이런 희망찬 상상도 했었다.

 

 

그런데,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2022년 1월 말,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상가 시행사 대표의 전화번호였다. 병원이 들어올 예정이고, 우리 층의 절반을 병원이 쓸 예정인데, 거기에 추가로 우리 호실을 직원 휴게실로 쓰고 싶어 한단다.

 

 

우리 층에서 남은 자리는 네 칸 이었다. 병원과 인접한 두 칸(5, 6호)은 26평, 멀리 있는 두 칸(7, 8호)은 16평. 우리 호실은 그중에서 맨 끝 칸이다. 병원과는 제일 멀리 있는 셈이다. 병원에서는 16평 정도의 크기를 원했고, 시행사에서 맨 끝에 위치한 우리 호실을 소개해 준 것이다. 직원 휴게실로 쓸 생각이니 병원과 붙어있을 필요도 없고, 떨어져 있는 것이 오히려 좋기도 할 것이다.

 

우리 호실은 중간층에 16평이다. 단독으로 뭘 하기에는 좀 애매한 위치와 크기. 그래서 은근히 옆 칸이랑 같이 나가기를 바랬었다. 그런데 옆 칸보다 우리가 더 빨리 나가네. 운이 제대로 따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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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5, 6호에는 치과가 들어올 예정이었다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임차인이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한다. 상가 계약 당시, 시행사에서 제시한 예상 월세가 있었다. 우리도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병원에서는 그 예상 월세에서 15를 깎아달라고 한다. 음... 어떻게 하지?

 

상가를 계약한 해부터 코로나 때문에 빈 상가가 속출했었다. 그래서 우리 상가도 안 나가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들어온 계약 제의. 그것도 병원. 놓치기 아까운 기회. 아니, 이런 제의를 놓치면 바보다. 하지만 월세를 15나 깎아 달라니.

 

작년 초부터 금리가 올랐다. 작년 말에는 상승세가 심해져서 몇 년 동안의 아파트 불장을 식힐 정도였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월세를 2년 전 예상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받아야 맞다. 

 

지금까지 모든 부동산 계약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최대한 봐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본의 아닌 손해를 많이 보았었다. 심지어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시행된 이후인 2020년 10월에 아파트 월세 갱신을 할 때도, 내가 스스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월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 당시, 아무 클레임 없이 잘 살아주는 임차인이 고마웠고 그에 대한 표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그대로 살아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그 아파트를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시세보다 2000 정도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순간의 인정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었다. 바보 같은 일이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좀 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행사와 통화를 했다. 병원은 2층 전체와 3층 절반을 쓸 예정이란다. 대충 계산해 보니 370평 정도 크기. 그 정도면 보증금만 해도 10억은 가뿐히 넘을 것 같다. 거기다 수십억짜리 장비가 들어오는 등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들어간단다. 상가 계약이라서 기간은 5년이란다.

 

그들도 대출을 많이 받아서 병원을 차리는 것 일테다. 의사가 대출을 받는 것이니 신용이 좋아서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자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싸게 낼 것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월세를 조금 내고 보증금을 많이 내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시행사에서는 월세를 깎는 대신 보증금을 올려 받으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그래서, 월세는 10을 깎고 보증금은 1000을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보증금 상승액을 월세로 환산하면 결과적으로 월세를 5를 깎은 셈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다른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고 가격을 역제안하는 것은 난생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조마조마한 며칠이 지난 후, 병원 측에서 내 제안에 OK 해다는 연락이 왔다. 가격이 결정되었으니, 남은 일은 절차에 불과하다. 시행사의 콘테이너 사무실에서 계약을 하기로 하고 날짜를 정했다. 

 

 

약속 시간에 사무실로 갔다. 시행사 실장님과 사장님이 있었다. 조금 후 병원 측 사람들도 도착했다. 두 명이었다. 생각보다 젊은 얼굴이어서 조금 놀랬다. 계약을 진행하며 나이를 보니 둘 다 40살 전후. 그 나이에 이런 큰 병원을 차린다니, 실력이 엄청나거나 부모가 돈이 많거나 결혼을 잘했나 보다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했다. 부럽기도 하고. 나는 저 나이에 뭘 했던가. 음… 더 이상은 생각하지 말자.

 

계약은 별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통상의 부동산 계약과 다른 점이라면, 중개인이 부동산 사장님이 아니라 시행사 사장님이라는 것. 그래서 복비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 나머지는 똑같이 진행되었다.

 

계약 도중에 병원 측에서 다시 한번 월세를 더 깎아줄 수 없겠냐고 했다. 나는 이미 조금 깎아 준 것이고, 요즘 금리가 많이 올라서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눈치를 보니 다른 사람으로부터 한 번 더 부탁해 보라는 조언을 들은 모양이었다. 큰 돈을 들여 사업을 벌이는 의사가 한 달에 5만 원을 깎으려 드는 것이 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티끌모아 태산이고 저런 습관이 모여 부자를 만드는 것 아니겠나. 배워야 할 점이다. 

 

계약을 마치고, 시행사 사장님에게 내게 가장 중요한 이슈인 임대차 잔금과 상가 분양 잔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임대차 잔금은 건물 등기가 된 이후에 치른단다. 그런데, 내 상가 분양 잔금을 내야 등기가 된단다. 정확한 용어는 확실치 않지만 일의 순서는 맞다. 내가 먼저 분양 잔금을 치른 다음, 임대차 보증금을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임대차 보증금으로 상가 분양 잔금을 낼 수는 없다는 것. 두 날짜 사이에 변통해야 하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날짜 사이가 애초에 예상했던 4개월이 아니라 1~2주 정도라는 것이다. 1~2주 정도라... 갑자기 만만해 보이는 건 나의 착각이겠지?

 

상가가 나갔다. 그것도 완공 전에 나갔다. 그것도 병원으로 나갔다. 이 정도면 운이 잘 따라주었다고 할 수 있다.

 

P.S.

아파트 임대차 계약과는 다르게, 상가 임대차 계약은 부가세 10%를 별도로 낸다고 한다. 즉, 나는 계약한 월세 금액의 110%를 받는 것이다. 부가세로 받은 10%는 받은 그대로 세금으로 내야 한단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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